안녕하세요~
11월 마지막 주말, 김장을 하였습니다.
시골에서는 김장이 끝나면 거의 한해 일이 끝나는 편이어서, 그 이후부터는 봄이 올 때까지 쭉 쉴 수 있는 시기라고 하는데요.
배추 절이기부터 김장 버무려 넣기까지 거의 3일 정도의 시일이 소요되니, 나름 큰 일이기는 한 것 같아요.
일 년을 살면서 사이사이 김치를 할 수도 있지만, 김장할 때만큼 신경 써서 양념을 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요즘은 예전만큼 김장을 많이 하시지도 않고, 사서 드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다음 해의 든든한 기본 반찬 겸 양식으로서의 자리는 굳건한 듯하지요.
김장 버무려 넣는 날, 삶아 먹는 수육과 굴김치는 정말 꿀맛인데요.
찹쌀 넣어 쫀득한 흰쌀밥에 갓 버무린 빨간 김치와 고기 한점 올려 먹는 행복은 놓치고 싶지 않은 것 중에 하나랍니다.
저희 집은 소쿠리, 다라 등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시골 어머니댁에서 매년 김장을 하는데요.
대멸치 한 박스, 다시마, 북어, 씻은 양파를 넣고 푹 우려서 육수를 만들었어요.
커다란 스텐 들통에 한 통 정도의 양이 나왔어요.
미글 미글(?, 어머니 표현) 타오르는 불에 끓인 육수는 진하고 맛이 나더라고요.
육수 우려내는 동안, 포일에 넣어 아궁이에 묻어둔 노오란 고구마도 김이 모락모락 ~~
김장을 위해서 배추를 직접 밭에 길렀는데, 노란 속이 맛나 보이지만 크기가 성인 어른 주먹 둘레 정도라 양이 너무 작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이웃에서 커다란 배추를 열 포기 정도 사서 같이 절였는데요.
24시간 이상의 시간을 절인 다음, 씻어서 배춧잎을 먹어보니, 양은 작아도 아무런 약도 치지 않고 무공해로 기른 저희 집 배추가 달큼하니 훨씬 맛나네요. ㅜ
배추 속통도 훨씬 노랗고 단맛이 나는 반면에, 큰 배추는 줄기 부분이 두껍고 약간 싱거운 맛이더라고요.
고춧가루, 생강과 마늘 빻은 것, 간 홍고추, 새우젓, 찹쌀풀, 액젓, 멸치 다시마 육수, 갈치 간 것, 청각, 통깨, 양파 다진 것, 설탕, 미원(극소량), 매실청을 넣어 양념을 만들었어요.
고추도 직접 심어 수확한 것으로, 약간 매운맛이 나는 고춧가루가 처음에는 매운 듯해도 시간이 지나면 더 시원한 김치가 되는 것 같아 약간 매운 고추를 수확할 수 있는 모종으로 심었었어요.
육수는 한통에서 조금 남았고, 액젓은 4.5kg, 새우젓 2kg 모두 들어갔는데, 고춧가루의 양은 어머니가 넣어서 정확히 모르겠네요.
잘 섞어서 하룻밤 정도 두면 마른 고춧가루가 잘 퍼져서 김장하기가 좋더라고요.
예전에 김장할 때는 무채 썰고, 두고두고 먹을 것은 갈치도 조그만 조각 넣고 김치 속을 만들었는데요.
올해는 배추에 양념만 바르고 속은 채워 넣지 않았어요.
김치 꺼내어 먹을 때, 매번 무채와 갈치는 옆으로 제쳐놓고 배추김치만 먹더라고요.
오히려 갈치를 갈아서 넣으니, 양념 맛이 더 진하고 맛이 좋은 것 같아, 작년부터 갈치는 갈아서 넣고 있답니다.
무(조금에 절인)는 김치 한두 단 넣은 다음 사이에 넣어서, 시원한 맛이 우러나도록 하고요.
양념 만들면서, 삼겹살 수육을 같이 삶았는데요.
엄나무, 양파, 생강, 된장 등을 넣어 삶았더니, 냄새 없이 부드럽게 잘 삶아졌네요.
김장하는 날은 배추에 양념 바르면서 사진 찍는 것이 쉽지 않아, 수육 삶고, 배추 버무려서 미리 사진을 찍어 보았답니다.
얇게 썰어야 하는데, 너무 뜨거워서 수육이 조금 두껍게 썰어졌어요. ㅜ
굴, 김치, 삼겹살 수육으로 저녁 식사를 배불리 먹었답니다.
김장 전날 준비하면서 맛나게 먹었고, 진짜 김장은 다음날 할 예정이었어요.
경험상 배추는 1주일 전에 뽑아 두고, 제법 숨이 죽은 상태에서 절이면 부서지지 않아 더 좋은 것 같더라고요.
기본 베이스는 비슷하겠지만, 식성에 따라,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 재료가 들어가기도 할 텐데요.
김장철이라 이웃에서 나눠주신 김장 김치도 조금씩 맛이 다르기는 해도 모두 너무 맛있더라고요.
올해는 날씨가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편이데, 수확 전에 날씨가 춥기도 하고 풀리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해야 배추가 달아져서 김장하면 더 맛있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던데요.
열흘 후면 대설이 다가오는데도 참으로 포근한 겨울입니다.
맛있는 김장 하셔서 가족들과 즐거운 식사 하시면 좋겠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귤껍질 가루를 이용한 호떡 - 색감과 향으로 먹어요! (0) | 2023.03.04 |
---|---|
동치미 무 채소전 - 아삭하고 달콤한~ (0) | 2022.12.08 |
밥반찬 : 짭조름한 깻잎 조림 (0) | 2022.09.01 |
샤인 머스켓 생크림 샌드위치 - 상큼하고 부드러운 (0) | 2022.08.31 |
식빵 가장자리를 이용한 식빵 스틱 (0) | 2022.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