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팥죽 - 새알심 대신 군밤

안녕하세요.

입춘에서 시작하여 대한으로 끝이 나는 24절기 중 22번째 절기가 동지이지요.

일 년 중에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 동지라는데 왜 저는 밤이 계속 짧게만 느껴질까요?

22일 동짓날 다음날부터는 차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지요.

동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동지팥죽이잖아요.

예전에 어른들께서는 '동지에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고 말씀하셨고요.

팥을 푹 삶아서 불린 쌀과 함께 끓이고, 새알심을 만들어 넣어 주로 동치미와 함께 먹으면 그만이지요.

어릴 적에는 어머니가 왜 그리 팥죽을 많이 쑤셔서, 일주일도 넘게 팥죽을 주시면 너무 먹기가 싫었거든요.

원래 똑같은 음식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구요.

그래서인지 저는 아직도 팥죽뿐만 아니라 죽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팥죽의 붉은색이 나쁜 기운을 쫓아주고, 경사가 있을 때에도 팥죽, 팥떡을 만들어 먹는 전통이 있으니 저도 좋은 기운을 많이 받고 싶어서요.

오늘은 지난번 붕어빵 할 때 삶아서 얼려 놓은 팥이 있어서, 팥죽을 미리 조금 만들어 보았어요.

저는 쌀가루가 없어서 새알심 대신 밤을 넣어 주려고 합니다.

워낙 밤을 좋아해서 냉동실에 밤을 쟁여놓고 있어요.

팥과 밤은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 같이 끓여도 맛나더라고요. ㅎ

 

팥죽과 동치미

 

 

재료 : 맵쌀 불린 것 1컵,  팥 삶은 것 , 밤 원하는 만큼, 소금, 설탕 적당량,  물 6-8컵

 

 

1. 냉동밤의 겉껍질을 조심히 제거하고, 에어프라이어에 180도 50분 정도 돌려서, 속껍질까지 제거해준다.

 

팥죽에 넣을 밤 준비

 

2. 밤이 준비되는 동안, 불려 놓은 쌀을 갈아서 물을 6-8컵 넣어, 쌀만으로 죽을 끓여준다.(팥이 있어 8컵 정도 넣는 것이     더 좋아요.)

   저는 냉동된 삶은 팥이 있어서, 쌀을 먼저 익히면서 죽을 끓여 주었어요.

   함께 미리 섞으면, 팥이 뻑뻑해서 죽을 쑤기가 어려워져요.

   불을 약하게 하여, 흰쌀을 저으면서 천천히 익혀서 80% 정도 죽이 쑤어질 때까지 뭉근히 끓여준다.

 

 

맵쌀로 먼저 죽 끓이기

 

3. 삶은 팥을 믹서에 곱게 갈아서, 끓이고 있는 죽에 넣고, 서로 어우러지도록 잘 저어준다.

   물이 적다 싶으면, 맵쌀 간 물을 더 보충해 준다. 

 

냉동된 팥 곱게 갈아주기

 

반응형

 

 

4. 죽이 거의 다 되어 가면 소금 간을 해주고, 마지막에 밤을 넣어 천천히 저어준다.

   ( 밤이 샛노란 색감과 달리 싱거워, 설탕물에 살짝 담가 달짝지근하게 만들어 준 다음, 죽에 넣어 주었어요.)

 

밤 넣은 팥죽

 

5. 쌀알이 충분히 퍼지고, 밤이 팥죽과 잘 어우러져 죽이 완성되면 동치미와 함께 그릇에 담아낸다.

 

밤 팥죽 완성

 

 

팥죽과 동치미

 

죽을 끓이는 방법도 지역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어서, 수도권 지역은 주로 쌀가루를 이용하여, 씹을 것 없이 부드러운, 설탕을 넣어서 단팥죽으로 끓이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아주 곱고 매끄러운 죽으로 많이들 만드시고, 경상도 저의 어머니는 저처럼 쌀을 갈지도 않고 그냥 충분히 쌀을 불려 그대로 사용하시지요. 

그리고 절대 단팥죽은 만드시지 않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드신답니다.

새알심도 새알보다는 훨씬 크게 만드는 경향이 있으시고요. 어찌 보면 좀 투박해 보이는 죽이지요.

저도 단팥죽보다는 소금간이 된 죽을 더 좋아하고요.

죽 먹으면서 간간히 씹히는 밤이 타박하고 적당히 달아서 참 좋으네요.

제가 워낙 밤을 좋아해서 새알심이 없어도 만족합니다.

찹쌀가루 없으신 분들은 밤이나 고구마 혹은 호두 등을 이용해서 팥죽을 쑤어 드셔도 참 맛있어요.

동지에 눈이 오고 날이 추우면 내년에 풍년이 든다고 하던데, 올해는 날이 춥고, 눈이 많이 왔으니 내년은 풍년이 될 것 같아요. 

동지 팥죽 한 그릇 드시고 좋은 기운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