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년 같으면 꽁꽁 싸매고 따뜻한 아랫목을 그리워할 소설(小雪) 전날.
마치 눈 녹은 봄날 같은 느낌으로 경주 옥룡암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경주는 몇십 년을 살았어도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몰랐던 보물 같은 장소가 나타나곤 하네요.
유난히 햇살이 아름다운 올해는, 가을을 길게 즐길 수 있는 행운의 해인 것 같기도 해요.
초가을 일교차가 비교적 커서인지 단풍도 울긋불긋 곱고요.
옥룡암 가는 길 초입에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천천히 걸어가는 길 참 깨끗하더라고요.
긴 세월 이 자리를 지켜온 듯한 아름드리 소나무가 풍광을 더해주네요.
참으로 운치 있고 멋진 모습입니다.
기와를 얹은 흙담길은 마주한 단풍과 함께 걷는 이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네요.
비가 오면 단풍잎이 조금 더 늦게 떨어지려나요.
건조한 날씨에 단풍잎이 온전히 물들기도 전에, 약간은 바랜 색감으로 떨어져 개울을 한가득 메우고 있어요.
별이 떨어져 개울을 메우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개울 깊은 곳에서부터 물 위에 떨어진 단풍잎까지 층층이 깊이감을 주는 별 단풍잎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애정 하는 별 단풍잎이에요.
자연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공존이라는 단어인데요.
특히나 가을에 단풍나무를 보노라면, 한 그루의 나무 안에 초록 초록한 잎부터, 노오란, 주황의, 다홍의, 붉은, 검붉은, 색 바랜 혹은 그 색상들 사이 어딘가에 있을 법한 특정하기 어려운 색감까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는 것 같아요.
11월 초였다면 더욱 감탄을 자아내었을 수도 있지만, 부는 바람에 떨어져 버린 낙엽길을 걸어 보는 것도 좋더라고요.
언제나 그렇듯이, 지금 이 순간 이 자리가 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순간이니까요.
올해는 희한하게도, 바람 또한 매섭지 않아 낙엽이 떨어진 그 자리에 머물러, 소복소복 쌓인 눈처럼 포근히 땅을 덮어주고 있는 느낌이 드네요.
별 모양의 단풍잎이 켜켜이 쌓인 대웅전 앞의 소담스러운 모습입니다.
주차하고 천천히 걸어도 5분 내외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옥룡암인데요.
짧은 산책길이라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눈길 닿는 곳마다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풍나무들, 단풍잎들, 소나무들, 그리고 암자가 조화를 이루고 있답니다.
사실,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왔더라면 가을 가을 하는 단풍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요.
조금 늦은 감이 있는 지금도, 아는 사람만 아는 단풍 명소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입동이 지난지도 한참 전이라, 늦가을이라고 말하기 어색하지만 아직은 늦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진한 여운이 남는 단풍 산책길이었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진 용량을 줄여 올리게 되어, 단풍의 색상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였으나 실제로는 훨씬 선명하고 아름다운 단풍이었다는 점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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