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주문화관 1918에서 열리고 있는 대향 이중섭 레플리카전에 다녀왔습니다.
벌써 1달여 전시 중인 상태이고, 8월 27일까지 전시가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레플리카전이기는 해도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황소 이외의 다양한 작품들과 연대기를 따라갈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전시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요즘으로 보면 정말 젊은 나이인 40세에 유명을 달리한 화가인데, 작품들을 보면 모두 40세 이후에 그려진 듯 작품의 깊이와 절제된 선이 절묘하게 표현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전시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중섭 화가의 대표작인 "황소"가 자리하고 있어요.
아래에 보이는 설명처럼, 강한 붓터치와 몇 개의 선으로만 표현된 황소 연작들이 모두 황소의 '우직함'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었는데요.
얼마나 긴 시간을 관찰하고 고심해서 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섬세한 터치와 세밀한 묘사가 되어 있는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표현이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답니다.
말수가 적은 사람이 한마디 툭 던지는 인상 깊은 통찰력 같은 그런 작품들이었어요.
워낙 '황소'라는 작품들에 익숙한 저인지라, 가족, 아이들, 바다, 풍경, 자연을 그린 작품은 처음 접하는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작가들이 작품의 제목을 지을 때, 은유적이거나 비유적인 제목으로 내면의 상태를 표현하는 반면, 이중섭 작가님은 작품에 표현된 소재를 그대로 제목으로 정하셨더라고요.
사실 비유적인 제목을 보면 '이 작품의 무엇을 표현하려고 한 것일까' 고민하느라 작품 감상은 뒷전이 될 때도 있었는데요.
굳이 비유적인 제목이 아니어서, 오히려 생각의 시간을 줄여 작품을 더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인자한 해님과 함께 하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느껴져서 참 따뜻한 그림이었어요.
짙은 푸른색을 사용하지 않아 뭔가 몽롱한 봄의 느낌이 느껴지는 듯한데요, 나비와 개미등에 몰두하는 아이들의 천진함이 사랑스럽네요.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인 '서귀포의 환상'은, 뭔가 작품 활동의 아름다운 시기에 있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볼만큼 밝고, 따스함이 보였는데요.
시기적으로 암울한 때였지만, 아이들과 바다 풍경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밝고 환한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뭔가 약간 천상(?)의 느낌도 있는데요, 사실적인 묘사와 상상의 표현이 잘 어우러져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섶섬이 보이는 풍경'이라는 작품도 뭔가 섬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을 잘 담아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제대로 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원근법의 표현이 훌륭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잠시 머무른 통영이 작품활동의 절정기인 듯 보이는 시기로, 흰 소, 황소, 부부 등의 대표작을 창조해 낸 곳이라고 해요.
대구에서 머무르면서 그린 작품인 '왜관 성당부근', '동촌 유원지' 등 익숙한 도시 이름을 접하니 더욱 친근감이 들었는데요.
설명을 읽어보니 거식증을 겪을 만큼 마음 아픈 시기였는데도,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고 하니 천상 화가로 태어나신 분인 것 같아요.
구상 시인과의 흥미로운 일화도 감동적이었는데요.
'천도복숭아'라는 작품을 통해 전해진 구상 시인에 대한 "감사"가 저절로 느껴졌다고 할까요.
작품에 대한 몰두와 애착은 모든 작가님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데요.
진심을 담은 작품을 그려 기꺼이 건네주실 만큼, 구상 시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는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왠지 이중섭 작가 본인의 생을 나타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40세라는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지 않았다면, 훨씬 많은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고 다채로운 작품활동을 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어두운 색채의 작품들은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한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들이고, 밝은 분위기와 소재들은 아이들과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색, 터치, 선 들이 모두 간결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마치 미니멀한 삶을 사는 분들의 공간에 딱 하나 놓여 있는 오브제가 너무나 분명한 자기주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이중섭 작가님의 작품이 저에게는 그러했던 것 같아요.
비록 레플리카전이라 아쉬움이 있지만, 학교 때 배웠던 '황소'라는 작품 외에 다양한 작품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요.
경주 시민분들도, 여행 오시는 분들도 잠시 들러 시원한 에어컨 쐬면서, 작품 구경하실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들어가는 입구에서 QR코드로 앱을 다운로드하면, 그림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중섭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작품 안내를 받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경주 문화관 1918에서 하는 전시회와 음악회들이 조금 더 다양한 매체를 접할 수 있는 확실한 문화의 장이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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